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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잘 안 되는 이유? 조절이 부족했던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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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아무리 해도 이해가 잘 안 되고, 처음 보는 문제는 더욱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건 당신이 무언가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뇌가 ‘조절’이라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간의 사고와 기억을 설명하는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왜 공부가 어려운지, 그리고 어떤 경험을 통해 공부가 쉬워지는지를
조금 더 깊고 쉽게 살펴보려 합니다.


조절이란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아이들이 숫자를 배우기 시작할 때
대부분은 ‘더하기를 하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3 + 5 = 8”은 잘 받아들이지만
“-3 + (-5) = -8” 같은 식을 처음 접하면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럴 때 아이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틀로 새 개념을 맞춰보려 시도합니다.

 

이것을 ‘동화(assimilation)’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생각만으로는 설명이 안 될 때가 옵니다.
‘음수’라는 개념을 새롭게 배우고 ‘더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해야
비로소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기존 틀 자체를 바꾸는 과정을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조절(accommodation)’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아제는 사람들이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

항상 동화와 조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지식을 쌓아간다고 보았습니다.
이 과정을 그는 ‘평형화’라고 불렀습니다.


기억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작업기억이 감당하지 못할 때, 조절이 필요해집니다

정보처리이론을 제안한 심리학자 아킨슨과 쉬프린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감각기억, 작업기억, 장기기억이라는
세 단계를 거쳐 정보를 처리합니다.

 

책을 읽거나 문제를 보면,
그 정보는 잠깐 감각기억에 저장되고
곧바로 머릿속 작업기억에서 생각과 판단을 거칩니다.

하지만 작업기억은 아주 짧고,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도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특히 처음 배우는 개념은 기존의 틀이 없기 때문에
작업기억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많습니다.

이때 사람은 기존 생각을 바꾸거나 새롭게 구조화해야
정보를 이해하고 장기기억으로 전이시킬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과정이 조절입니다.


처음 배우는 개념이 어려운 이유

조절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수직선은 오른쪽이 크고 왼쪽이 작다”고 배웠다고 해봅시다.
이 개념을 통해 정수의 덧셈과 뺄셈을 잘 이해합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절댓값”이라는 개념을 배우게 되면
자연스럽게 혼란이 생깁니다.

절댓값은 수의 크기만을 말하기 때문에 “-5”의 절댓값은 “5”가 되죠.
기존에 ‘음수는 무조건 작다’고 생각했던 틀과 충돌합니다.

이럴 때 아이는 ‘음수와 크기’라는 개념을 다시 구성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조절입니다.

그리고 조절은 단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내가 아는 개념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하다 보면
나중에는 처음 보는 개념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조절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조절은 반복할수록 더 쉬워집니다

피아제는 조절이 인간 사고의 기본 구조라고 설명했지만,
그 조절이 반복될수록 사람은 개념을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심리학적 개념이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입니다.

 

조절의 경험이 누적되면, 새로운 문제나 개념을 만났을 때
기존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익숙해지게 됩니다.

이런 사고는 수학을 배울 때 특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일차함수만 배운 학생이
‘그래프는 직선’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차함수에서 포물선을 만나면 또다시 충돌합니다.
이때 그래프의 개념, 변화율의 개념 등을 새롭게 조절해야 하죠.

그리고 이 조절을 겪은 학생은 삼차함수, 로그함수, 무리함수 등을 배울 때
그래프를 보다 구조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때마다 조절이 반복된 것이
결국 사고의 힘으로 쌓이는 것입니다.


조절을 위한 공부 전략

  1. 처음 개념일수록 시간을 더 들이기
    처음 배우는 개념일수록 충분한 설명과 질문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함수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입력이 하나일 때 결과가 하나로 정해지는 관계”라는 말을
    단순히 외우기보다는 예시를 만들어보고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2. 틀렸던 이유를 분석하기: 설명하기
    오답을 단지 정답으로 바꾸는 데서 끝내지 말고,
    왜 틀렸는지를 설명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조절의 핵심입니다.

  3. 비슷한 개념을 비교하며 정리하기 : 연결하기
    정비례와 반비례, 일차함수와 이차함수 등
    개념적으로 유사하지만 구조가 다른 내용들을
    비교해서 정리하면 조절이 더 명확하게 일어납니다.

  4. 조절 경험을 기록해두기 : 기록하기
    "나는 이 개념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런 예시를 보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의 변화를 적어두면
    그 자체가 강력한 학습 경험이 됩니다.

공부가 어려운 이유는 능력 때문이 아닙니다

지금 뇌가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중일 수 있습니다

어떤 개념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때,
그건 당신의 뇌가 느리게 작동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사고 구조를 바꾸기 위해
매우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일 수 있습니다.

조절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조절이 반복되면
이후의 학습은 훨씬 더 유연하고 가볍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공부가 잘 안 되는 시기는
생각이 깊어지고 있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조절하는 힘은 훈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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