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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낯선 수학 그리고 동화와 조절에 대하여

독해진수학/교육학, 수학교육학 관련 생각들

by 독해진수학 2025. 7. 2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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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왜 수학은 이렇게 어렵고 낯설까?”

그저 문제를 풀면 될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장벽에 부딪히죠.
이 불편함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공부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질문에 깊은 통찰을 던진 심리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인지발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입니다.
그는 평생 아이들을 관찰하며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탐구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이해할까?

피아제는 아주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왜 어떤 아이는 새 지식을 쉽게 받아들이고,
또 어떤 아이는 같은 상황에서도 혼란스러워할까?"

그는 수 조각의 점토,
크기 다른 컵,
수 체계 등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사고 흐름의 패턴을 관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지발달의 핵심 원리를 발견합니다.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두 가지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것.

동화와 조절: 받아들이거나, 바꾸거나

피아제는 이 두 가지 반응을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modation)’이라 불렀습니다. 

  • 동화는 익숙한 틀을 유지하면서,
    새로 들어온 정보를 기존의 이해 방식에 맞춰 넣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를 키우던 아이가
    처음 고양이를 보고 “멍멍이”라고 부르는 경우죠.
  • 반면 조절은 기존의 틀로는 설명이 되지 않아,
    자신의 틀 자체를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아이가 고양이의 특징을 인식하고
    “아, 이건 다른 동물이야”라고 이해할 때,
    그는 자신의 개념 체계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죠.

이 두 과정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형성하는 두 개의 나선처럼 서로를 보완하며 작동합니다.

(참고: 『The Origins of Intelligence in Children』, 1952)


공부란, '동화와 조절 사이를 오가는 여정'

공부는 단순히 새로운 정보를 덧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기존의 기준을 지키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유연하게 사고의 틀을 바꾸는 과정
입니다.

 

동화가 없다면,
우리는 매번 세상을 처음부터 새롭게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조절이 없다면,
새로운 문제 앞에서 우리는 늘
익숙한 방식에만 머물게 되겠죠.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까요?
여러분은 최근, 어떤 생각의 틀을 유지했고,
어떤 사고의 틀은 바꾸어야 한다고 느끼셨나요?


수학이라는 훈련장: 조율과 재구성

특히 수학은 이 두 과정을 모두 요구하는 과목입니다.

우리는 숫자를 배울 때,
기존의 셈 규칙을 활용하며 동화합니다.하지만 문자를 처음 만나거나,
무한, 허수, 함수, 극한 같은 개념에 이르면
기존 방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죠.

 

이럴 때 우리는
사고의 구조 자체를 조절해야만 이해에 도달하게 됩니다.

수학은 그래서 낯설고 불편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장 정제된 사고 훈련의 장이기도 합니다.


조절은 불편하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조절은 기존의 틀을 바꾸는 일이기에,
언제나 불편함과 저항을 동반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정된 사고 틀을 지키려 하니까요.

하지만 이 불편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변화의 문턱’입니다.

기존의 질서를 흔드는 경험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은 구조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렇기에 조절은,
단지 지식의 확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 전체를 살아가기 위한 능력이 됩니다.


수학 공부는 사고의 조율 훈련이다

수학을 잘한다는 건,
단순히 계산이 빠른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틀을 잘 활용하면서도,
필요할 땐 기꺼이 사고 구조를 조율할 수 있는 사람
.
그런 사람이 수학에 능숙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고 습관은
문제를 푸는 능력을 넘어,
삶의 변화에 적응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힘으로 확장됩니다.


마무리 – 낯선 것을 껴안는 힘

피아제는 말했습니다.

“지식은 외부에서 단순히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내적 구조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능동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공부는
기존의 사고 틀을 조금씩 다듬고,
새로운 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불편함을 겪고, 혼란을 느끼고, 때론 멈칫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쌓여,
우리는 더 깊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되어갑니다.

수학이라는 낯선 친구를 만나는 경험—
그것이 바로,
동화와 조절 사이를 유영하는 삶의 연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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