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π, 수학자들도 처음엔 낯설었던 기호들. 기호의 탄생에는 놀라운 철학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수학 문제를 풀면서 수없이 많은 기호들을 만납니다.
π, √, +, − …
너무 당연하게 보이는 이 기호들은, 과연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을까요?
생각보다, 이 기호들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지금은 너무 익숙한 ‘루트(√)’ 기호조차도,
한때는 수학자들에게조차 생소하고 낯선 표기였습니다.
**16세기 독일 수학자 크리스토프 루돌프(Christoph Rudolff)**는
그의 저서 Coss에서 **제곱근(square root)**을 나타내기 위해
지금의 √와 유사한 기호를 사용한 최초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호는 지금처럼 깔끔하게 정리된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라틴어 radix (‘뿌리’라는 뜻)의 첫 글자인 r을 손으로 빠르게 쓰다 보니,
r을 길게 늘인 것처럼 보이는 기호가 제곱근을 나타내는 기호로 자리 잡기 시작했죠.
이전까지는 **“2의 제곱근”**을 표현할 때, 단순히 radix 2, 또는 말로 풀어 쓰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즉, √2라는 표현 자체가 없던 시절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 기호의 결정적인 형태는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에 의해 정리됩니다.
그는 ‘r’ 형태로 쓰이던 기호 위에 ‘가로 선’을 추가함으로써,
이 기호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루트 안에 포함되는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수식 자체가 손글씨였고, 통일된 표기법이 없었기에
같은 문제도 수학자마다 전혀 다르게 쓸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데카르트는 ‘형식의 정리’를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수학 기호들 대부분은 16~18세기에 걸쳐 등장합니다.
그 이전에는 긴 문장으로 수학을 설명했기 때문에,
기호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수학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언어 중심이었습니다.
기호의 탄생에는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선 이유가 있었습니다.
복잡한 계산과 추론을 더 빠르고 명확하게 하기 위한 ‘사고의 도구’로서의 역할이 필요했던 것이죠.
기호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π(파이)**입니다.
π는 원의 둘레를 지름으로 나눈 비율(원주율)을 의미하죠.
이 기호를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18세기 초 영국 수학자 윌리엄 존스(William Jones)**였습니다.
그는 그리스어로 ‘둘레’를 뜻하는 *περιμετρον(perimetron)*의 첫 글자 π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π 역시, 처음엔 모든 수학자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오일러(Euler)**가 이 기호를 널리 사용하면서,
지금처럼 표준 기호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기호를 쓰는 것 같지만,
그 기호 안에는 복잡한 개념을 ‘형식화’한 사고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는 제곱해서 어떤 수가 되는가라는 개념을 압축한 기호이고,
π는 원이라는 형식 속의 비례와 조화를 상징하는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수학 기호는 단순한 약속이 아닙니다.
그건, 인간이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언어 이상의 언어입니다.
수학자들조차 처음엔 생소해했던 수학 기호들.
그 기호들이 정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의 시행착오와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우리는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사고할 수 있게 되었죠.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 하나에도
수학과 철학, 언어와 사고의 흔적이 담겨 있다는 것,
그걸 아는 순간, 수학은 조금 더 다르게 보일지 모릅니다.